[사람나비 칼럼1] 낮은 곳을 향하는 시선, 인권이라는 정밀한 기록

     이 광 옥 
     · 칼럼니스트
     · 새한일보 사회부기자(본부장)
     · SUB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 서울사회복지대학원 평교원 마을교육공동체 주임교수
     · 신지식인글로벌협회 수석부회장

 

인권(人權). 참으로 무겁고도 익숙한 단어다.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지만, 치안 현장의 최전선에 선 이들에게는 때로 손발을 묶는 까다로운 규제나 검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사람나비’와 ‘아카이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권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인권은 차가운 법전 속에 박제된 글자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감수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우리는 경찰을 찾는다. 범죄 피해자이든, 피의자이든, 혹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를 떠도는 소외계층이든 그들은 모두 간절한 날갯짓으로 다시 날아오르고 싶은 ‘사람나비’들이다. 이들이 억울함이라는 허물을 벗고 존엄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편견 없이 들어주고, 그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누군가의 ‘시선’이다.

 

여기서 경찰은 단순한 법 집행자를 넘어 현장의 찰나를 정의로 기록하는 ‘아카이버(Archi ver)’가 된다. 인권감수성을 갖춘 아카이버는 사건의 개요 너머를 본다. 피의자의 횡설수설 뒤에 숨겨진 사회적 결핍을 읽어내고, 피해자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깊이를 기록한다. 현장에서 간과되기 쉬운 소수자의 권리를 세밀하게 아카이빙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권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기록의 정의다.

 

결국 인권감수성이 높은 경찰관 한 명은 조직 전체의 문화를 바꾸는 ‘체인지메이커’다. 기록이 투명하고 섬세할수록 공권력은 시민의 신뢰라는 단단한 토양을 얻는다. 신뢰받는 경찰과 시민이 서로의 안전을 돌보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공생’의 모델이 아닐까. 인권은 경찰의 힘을 빼는 쇠사슬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집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시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가장 날카롭고도 따뜻한 무기다.

 

우리는 오늘도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나비를 만난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인권의 렌즈로 바라보고 정밀하게 기록하는 아카이버의 활동은, 당장은 작아 보일지 몰라도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지수를 높이는 거대한 나비효과가 될 것이다.

 

낮은 곳을 향하는 우리의 시선이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공권력은 시민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할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의 인권을 기록하며 세상을 바꾸고 있을 모든 아카이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도도.

 

※ 이 칼럼에서의 변주

사람나비: 범죄나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상의 평온을 잃었으나, 다시금 존엄한 삶으로 복귀하고자 간절히 날갯짓하는 피해자와 시민을 의미한다.
아카이버: 법 집행의 엄격함 속에 '인권 감수성'이라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 사건 너머의 삶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치안 전문가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