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지뢰 폭발 사건이 남북 간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떠올랐다. 우리 군은 사고 원인을 북한군 지뢰로 판단했고, 유엔군사령부도 현장 조사 결과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은 DMZ 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엄격히 제한한다. 우리 군은 북한에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중단과 사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사건을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현장에서 북한군 지뢰가 확인되고 정전협정 위반 판단까지 나온 만큼 필요한 것은 위협이 아니라 사실 확인과 재발방지 조치다.
북한은 지뢰 제거와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도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안보 문제일수록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구분하고 객관적 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해야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군과 유엔사는 지뢰의 종류와 위치, 매설 또는 유입 경위 등을 철저히 규명하고 공개 가능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은 DMZ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북한이 철책과 지뢰지대 설치 등 ‘국경선 요새화’를 계속하면서 MDL 일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AI(인공지능), 드론, 무인정찰체계와 지상감시센서 등을 활용해 지뢰 탐지·감시체계를 고도화하고 장병의 위험지역 직접 투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단호한 대응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강한 국방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 억제에 있다. 자주국방은 평화와 대립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지킬 충분한 힘이 있어야 안정적인 대화도 가능하고 국민의 일상과 경제적 번영도 지킬 수 있다.
정부는 ‘책임·안전·대화’의 세 원칙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전협정 위반에는 책임을 묻고 DMZ 지뢰 탐지·제거와 감시 능력을 강화하되, 북한이 당장 호응하지 않더라도 군 통신선 복원과 군사회담을 지속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특히 MDL 경계 문제와 지뢰 위험지역 정보교환, 우발적 월선 및 충돌 방지 절차를 군사대화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에서도 북한의 부인과 군사적 긴장이 이어졌지만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한의 유감 표명을 포함한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와 지금의 정세는 다르지만 확고한 대비태세와 대화가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교훈은 유효하다.
북한도 위협과 책임 부인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뢰와 철책으로 경계를 높일수록 남북 주민의 불안과 군사적 부담만 커진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상규명과 지뢰 제거, 첨단 감시체계 구축,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대화를 아우르는 ‘DMZ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는 힘이 없어서 얻어지는 것도, 힘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튼튼한 자주국방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절제된 외교와 대화로 충돌을 막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여는 것,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루는 대한민국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