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합뉴스 배주현 기자 |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7일 오후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린 ‘차이나는 아카데미’ 기획 강연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작품들과 화가들 스토리’를 주제로 세계적 명화와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의 힘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서울시 서초문화원 초청에 따라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 이 시장은 공식 경매와 비공식 매매를 통해 이뤄진 그림 작품 거래 가운데 가장 높은 값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를 보여주며 관련 내용들을 설명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헐값에 거래됐지만, 례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판명되면서 4억5천만 달러(약 6400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에게 팔렸다고 이 시장은 소개했다.
이 시장은 이어 웬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뭉크의 '절규' 등 1억 달러 이상의 고가에 거래된 작품들을 보여주며 작가의 예술 철학과 독창성을 조명했다.
◇ 팝아트로 대중문화를 예술로 끌어올린 앤디 워홀
이 시장은 앤디 워홀에 대해 현대인의 대중적 소비 문화를 예술로 표현한 작가로서의 독창성을 발휘했다고 했다. 워홀은 즐겨 먹었던 캠벨 수프 캔을 반복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대중예술의 영역을 개척했다.
이 시장은 “워홀의 그림은 단순히 캔을 그린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의 인간상을 날카롭게 드러낸 예술적 비판”이라고 평했다.
이 시장은 "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이 2022년 경매에서 1억 95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낙찰됐다"며 "이는 공식 경매 사상 '살바토르 문디'에 이어 두번째로 비싸게 팔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이 작품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한 시대를 상징한 인물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재해석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 입체주의를 창조한 천재, 파블로 피카소
이상일 시장은 피카소를 “14살에 이미 사실주의 화풍으로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천재”라며 피카소가 14세 때 그린 '첫 영성체'란 작품을 보여줬다. 이 시장은 "피카소는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재주를 뽐냈는데, 당시 주류 화풍에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를 시도했으며, 결국 입체주의(Cubism)로 불리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피카소의 작품 ‘알제의 여인들(Version O)’이 2015년 경매에서 약 1억 7930만 달러(한화 약 1,965억 원)에 팔려 공식 경매사상 세번째로 높은 값이란 기록을 남겼다"며 "이는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같은 제목의 작품을 모방한 것인데도 초고가로 팔린 것은 피카소 특유의 입체주의 화풍으로 그려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피카소는 사물을 단 하나의 시점이 아닌, 앞·뒤·옆의 다양한 각도에서 본 형상을 하나의 평면에 종합했다”며 “3차원의 현실을 2차원 캔버스 위에 다각도로 표현한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미술의 지평을 확장시켰다”고 했다.
◇ 감정을 형상화한 표현주의의 거장, 에드바르 뭉크
이 시장은 뭉크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시각화한 표현주의를 소개했다. 뭉크는 평생 우울과 불안, 죽음에 대한 집착을 예술로 풀어낸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절규’는 그의 내면세계를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뭉크의 자전적 글귀인 “어느 날 저녁, 두 친구와 걷던 중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작가의 그 감정이 그대로 그림에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규는 단지 두려움에 질린 한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현대인이 느끼는 실존적 공포와 불안을 응축한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이 작품은 경매에서 1억 2000만 달러 이상에 팔렸다. 이 시장은 “우리의 감정과 고통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뭉크 등 표현주의 작가들 작품이 보여주었다”고 했다.
◇ 이 시장, 현대 서양 미술 사조를 폭넓게 소개하며 큰 호응
이 시장은 이 밖에도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베네치아 르네상스 등 다양한 미술 사조와 대표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했다.
먼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과 ‘이미지의 배반’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세계를 그려내며 관찰력의 중요성과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의 힘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마그리트는 사물의 겉모습이 아닌, 우리가 인식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작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다이즘을 창시한 마르셀 뒤샹의 ‘샘’과 수염을 그린 모나리자 엽서를 언급하며, “기존 예술의 권위를 뒤엎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 대표적 작가”로 소개했다. 뒤샹의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개념과 철학 그 자체였으며, 일상의 사물도 예술가의 시선과 맥락에 따라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와 ‘모나리자’를 통해서는 작품의 시대성과 역사적 맥락, 그리고 예술을 둘러싼 국제적 관심과 상징성을 설명했다. 특히 모나리자의 실종 사건과 해외 전시 일화는 청중의 큰 흥미를 끌었다.
또한, 신고전주의 대표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을 통해,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메시지를 재구성하는지를 설명했다. 나폴레옹이 실제로는 스스로 왕관을 썼지만, 그림에서는 부인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예술은 현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선택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 시장은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를 소개하며, “루브르 박물관 내 가장 큰 작품으로,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침략 당시 절단해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중들의 요청으로 김환기의 ‘우주 ’ 등 한국의 고가 미술품도 소개
한국 미술계에서도 김환기의 '우주'가 132억 원,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이 150억 원에 거래되는 등 고가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중섭의 '소' 작품과 그에 얽힌 애절한 가족 이야기도 덧붙이며, 한국 작가들의 정서와 예술혼이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상일 시장은 “예술은 화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감성과 창조의 언어”라며 “도시 행정에도 상상력과 관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미술은 작가의 관찰과 상상에서 출발하며, 우리도 일상에서 관찰과 상상의 습관을 기른다면 삶에 창조적 기쁨이 더해질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강연은 다채로운 시각 자료와 유쾌한 일화, 작품에 얽힌 사회·역사적 배경을 함께 풀어내며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고, 서초구민들로부터 “예술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삶의 시야가 확장되는 시간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