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회

서울 중구, 세운5-1·3구역 세입자 이주 갈등 '제로화'

세운5-1·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최초 세입자 100% 합의 이주 목표

 

전국연합뉴스 김태연 기자 | 중구가 재개발에 따른 이주 과정에서 빈번한 세입자와 시행자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팔을 걷었다.

 

중구는 지난 1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및 5-3구역(이하 세운5-1·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입자 강제 명도와 퇴거 방지를 위해 세입자 대표인 산림동 상공인회, 사업시행자인 세운5구역PFV(주)와 삼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삼자 협약은 정비사업에서는 최초 사례다. 협약에서는 보상과 이주, 철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침해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협약 당사자들이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명시했다.

 

주요 내용은 ▲이주 기간 내 세입자에 대한 강제적인 명도와 퇴거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이주 기간 내 세입자가 이주할 수 있도록 보상·이주 협의에 적극 노력할 것 ▲명도 및 퇴거와 관련된 절차는 산림동 상공인회와 사전 협의 ▲세입자들의 명도 및 퇴거 절차 이해 제고를 위한 산림동 상공인회의 협력 ▲갈등 조정을 위한 삼자 협의체 구성·운영 등이다.

 

또한 이주비를 포함한 영업보상비는 관계 법령에 따라 지급하고 과도한 보상 요구로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행자가 법적 절차를 진행하되 협약 당사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도 담겼다.

 

10일 오후 PJ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김길성 중구청장, 한대식 산림동 상공인회장, 권욱선 세운5구역PFV(주) 대표를 비롯해 구역 내 입주상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자는 세입자 모두 합의에 따라 이주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도록 협약을 충실히 이행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날 산림동 상공인회는 구의 적극적인 갈등 중재 노력에 감사하며 김 구청장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한대식 산림동 상공인회장은 “모두 함께 고생하여 이뤄낸 정비사업 최초의 상생 협약을 통해 모범적 재개발 사례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욱선 세운5구역PFV(주) 대표는 “중구청의 적극적 지원과 꾸준히 소통해 온 상공인회에 감사드리며 이번 협약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세운5-1·3구역 재개발은 중구 산림동 190-3 일대 7천 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개방형 녹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공공 임대 산업시설인 지식산업센터(지상 17층)가 기부채납된다. 현재 청계상가와 대림상가에 인접한 이 구역 내에는 기계, 금속가공, 공구 등 도심 제조업 관련 소상공업체 115곳이 영업 중이다.

 

당초 세운5-1구역과 세운5-3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으로 세운5-1·3구역으로 통합됐다. 이어 지난 6월 통합된 구역으로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았고 이달 중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다.

 

이곳도 세입자 이주를 놓고 재개발 반대 집회 등 갈등이 불거졌었지만, 구는 2022년부터 찾아가는 설명회와 갈등관리 회의 등 지속적인 갈등 조율에 힘을 쏟으며 이번 삼자 협약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개발사업에 상생을 중요시하며 세입자 동행을 강조한 오세훈 서울시장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중구는 기존 통념을 뒤엎은 파격적인 중구형 공공지원으로 신당10구역, 중림동398 등 주택재개발에서 잇따라 결실을 맺은 바 있다. 도시재개발에서도 양동지구와 수표지구에서 ‘선(先)이주 선(善)순환’ 개발 방식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며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이어 이번 삼자 협약 체결은 '갈등 없는 이주와 보상'이라는 민감한 정비사업 이슈에 새로운 해결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는 협약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조건에 협약 이행 의무를 부여하고 인가 이후에도 이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계획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주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다스릴 수 있는 탄탄한 소통과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누구도 소외되거나 피해 보는 일 없이 원만히 사업이 진행되도록 삼자 모두 상생을 위해 진정성 담긴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