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칼럼) 자율주행 시대, 경찰의 역할도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광주 시범지구 지정... 기술혁신 넘어 치안 안전 패러다임 전환 서둘러야

 

기업들이 올 하반기부터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위원회 의결을 통해 광주광역시 전역을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차 도시 단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곳에서 엔드투엔드(E2E, End-to-End)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참여 기업으로 현대자동차,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를 선정했다. E2E는 차량 주행 과정에서 인지·판단·제어 단계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자동차(AV, Autonomous Vehicle)가 더 이상 미래의 상상만은 아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국내 역시 실증사업과 제도 정비를 통해 빠르게 현실화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기술은 교통혁신의 상징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 사회질서와 치안 체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차가 얼마나 잘 달리느냐”보다 “사회가 얼마나 안전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논의는 주로 기술 경쟁력과 산업 성장성,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에 집중돼 왔다. 제조사의 책임인지, 탑승자의 책임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책임인지에 대한 민·형사상 논쟁은 활발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한 축인 치안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자율주행차가 늘어난다고 해서 범죄 위험까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죄 양상은 더 지능화되고 은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무인 자율주행차는 범죄자의 이동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차량 내부에서 마약 거래, 불법 물품 운반, 납치·스토킹 등 새로운 형태의 이동형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외부적으로는 차량 해킹, GPS 스푸핑(Spoofing), 통신망 교란 등 사이버 공격이 현실적 위협으로 떠오른다. 움직이는 컴퓨터가 된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범죄의 표적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의 역할 역시 기존의 사후 단속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AI 기반 교통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차량 흐름과 이상행동을 실시간 분석해야 한다.

 

둘째, 자율주행차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와 통합 신고체계를 연계해 긴급상황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

 

셋째, 차량 보안 인증제도를 도입해 해킹에 취약한 차량의 도로 진입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경찰 역시 자율순찰차, 드론, 스마트 감시체계를 적극 도입해 기술에 기술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선진국은 이미 자율주행 시대의 치안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법률 정비와 기술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경찰·정부·기업·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은 시장이 만들 수 있어도 신뢰는 국가가 설계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의 혁신이지만, 치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움직이는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미래 교통은 자동차 회사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준비 수준, 제도의 완성도, 사회의 안전 의식이 함께 만들어 간다. 자율주행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안전이다. 그리고 그 안전의 최전선에는 경찰의 새로운 진화가 있어야 한다.